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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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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일본 정신문화의 고향, 고대 수도의 숨결
나라는 일본 간사이(関西) 지방 나라현(奈良県)의 현청 소재지이자, 710년부터 784년까지 약 74년간 일본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다. 헤이안 시대(平安時代)에 교토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나라 시대(奈良時代)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으며, 일본 불교 문화의 황금기를 이끈 곳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많은 사찰과 신사, 정원으로 가득하며, 특히 사람과 어우러져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슴들은 나라의 상징이자 독특한 매력으로 손꼽힌다.
역사적 배경과 불교 문화의 번성
나라는 일본 역사상 최초의 항구적인 수도인 헤이조쿄(平城京)가 세워진 곳이다. 당시 당나라의 장안성을 모방하여 계획적으로 건설되었으며,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다양한 해외 문화와 불교가 활발하게 수용되고 발전했다. 쇼무 천황(聖武天皇)은 불교를 통해 국가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염원으로 나라 시대를 대표하는 동대사(東大寺)를 창건하고 거대한 비로자나불을 안치했다. 이처럼 나라는 일본 불교의 황금기를 이끌었으며, 불교가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헤이조쿄는 784년 나가오카쿄(長岡京)로 천도하기 전까지 일본의 중심지 역할을 했지만, 불교 세력의 지나친 영향력과 전염병 등으로 인해 결국 수도는 교토로 옮겨졌다. 그러나 나라는 이후에도 수많은 사찰과 유적들을 통해 고대 일본의 정신문화적 유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도시의 매력과 주요 명소
나라는 역사적 유적지와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 나라 공원 (奈良公園): 나라의 상징이자 핵심 명소이다. 공원 내에는 동대사, 고후쿠지, 가스가타이샤 등 주요 유적지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1,200마리 이상의 사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광객들과 교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슴들에게 '사슴 센베이(鹿せんべい)'를 주며 먹이를 주는 체험은 나라 여행의 필수 코스이다.
* 동대사 (東大寺): 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 중 하나인 대불전(大仏殿) 안에 거대한 비로자나불상이 안치되어 있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라의 역사를 지켜온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당하게 된다. 나라 시대 불교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 고후쿠지 (興福寺): 나라 시대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이자 후지와라 가문의 씨족 사찰이었다. 오층탑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높은 탑으로, 나라의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 아수라상 등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국보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 가스가타이샤 (春日大社): 후지와라 가문의 수호신을 모시는 신사로, 고후쿠지와 함께 나라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주황색 기둥과 초록색 지붕이 특징이며, 수많은 등롱(灯籠)이 늘어선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슴은 가스가타이샤의 신성한 메신저로 여겨진다.
* 나라마치 (ならまち): 나라 시대 이후 형성된 오래된 상점가와 주택들이 보존된 지역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통적인 상점, 카페, 공방 등이 자리하고 있어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고시노이에(格子之家)'와 같은 옛 민가도 둘러볼 수 있다.
* 간고지 (元興寺):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 중 하나로, 아스카 시대에 창건되었다. 소박하면서도 역사적 깊이가 느껴지는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 야쿠시지 (薬師寺): 나라 시대에 쇼무 천황이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창건한 사찰이다. 동탑은 나라 시대의 유일한 건축물로, 일본 고대 불교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다.
* 도쇼다이지 (唐招提寺): 당나라 승려 감진(鑑真)이 일본 불교에 율(律)을 전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이다. 금당(金堂)은 나라 시대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감진화상의 묘도 이곳에 있다.
문화와 미식
나라는 고도(古都)답게 전통적인 맛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 나라즈케 (奈良漬): 채소를 술지게미에 절여 만든 전통 절임 음식으로, 독특한 풍미가 특징이다.
* 가키노하즈시 (柿の葉寿司): 감잎에 싸서 숙성시킨 초밥으로, 보존성이 높아 나라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 미와 소면 (三輪素麺): 나라 지역의 특산품인 소면으로, 가늘고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여름철에 차갑게 먹으면 더욱 맛있다.
* 다도 (茶道): 나라 지역은 일본 차의 발상지 중 하나로, 고요한 사찰에서 다도 체험을 하며 일본 전통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교통 및 접근성
나라는 오사카와 교토에서 기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사카 난바역에서 긴테쓰 나라선을 이용하면 약 40분, 교토역에서 JR 나라선을 이용하면 약 45분이면 도착한다. 나라 시내에서는 주요 관광지들이 나라 공원 주변에 밀집해 있어 도보로 이동하기 편리하며, 버스도 잘 갖춰져 있다.
나라는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박물관 같은 도시가 아니라, 고대 일본의 정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사슴과 함께 거니는 평화로운 공원, 웅장한 사찰과 고즈넉한 신사를 통해 일본 불교와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옛 거리를 거닐며 고대 수도의 숨결을 느끼는 경험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과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일본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에게 나라는 최고의 목적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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